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추가질문까지 신청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처음 재회 상담을 받고 그 방향대로 하다 보니, 정말로 전 남자친구랑 다시 연락이 닿았어요. 거기까지는 좋았어요. 근데 연락이 닿고 나니까 그다음이 더 막막하더라고요. 어렵게 말은 텄는데, 무슨 얘기를 어떻게 이어가야 예전처럼 어색해지지 않을지 도무지 모르겠는 거예요. 헤어질 때 제가 모질게 굴었던 게 자꾸 걸려서, 한 문장 보내는 데도 몇 번을 썼다 지웠어요. 그때 내가 그러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조심스럽진 않을 텐데 싶고요. 이 나이가 되니까 이런 걸 물어볼 데가 없어요. 친구들한테 말하기도 민망하고, 다들 자리 잡고 사는데 마흔을 앞두고 옛날 사람이랑 다시 연락한다고 하면 뭐라 할까 싶고. 그 눌린 마음까지 아셨는지, 선생님이 답을 주시면서 조급해하지 말라는 말을 제일 먼저 얹어주셨어요. 핵심은 이거였어요. '지금은 관계를 다시 쌓아 올리는 시기가 아니라, 상대에게 당신이 편한 사람이라는 감각을 되살리는 시기라, 무게 있는 얘기보다 가벼운 일상을 자주 나누는 게 맞다'고요. 재회라는 단어를 꺼내고 싶어 안달하던 제 조급함을 딱 누르고, 그냥 잘 지냈냐 밥은 먹었냐 하는 안부부터 편하게 주고받으라는 거였어요. 제가 하려던 거랑 정반대라 오히려 다행이었어요. 그대로 갔으면 또 무겁게 몰아붙여서 그 사람을 놀라게 했을 거예요. 막힌 물꼬가 트이는 데는 거창한 답이 필요한 게 아니었어요. 방향 하나면 됐어요. 저는 그동안 재회를 향해 저 혼자 전력으로 달리다가 자꾸 그 사람을 앞질러버렸는데, 나란히 걷는 속도를 몰랐던 거예요. 추가질문이라 분량은 길지 않았어요. 근데 제가 딱 막혀서 발만 동동 구르던 그 지점을 정확히 뚫어줬어요. 그 답을 받고 나서 처음으로, 옛날 얘기 말고 오늘 점심 뭐 먹었냐 같은 걸 편하게 물어봤어요. 그 사람이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고요. 1만원으로 이만한 방향을 얻었으면 남는 장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