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서른다섯이에요. 남자친구가 해외로 오래 유학을 떠나면서, 그 거리를 끝내 못 견디고 헤어졌어요. 헤어진 지 몇 달이 지나도 밤이면 저도 모르게 시차부터 계산하는 제가 있더라고요. 지금 거긴 몇 시일까, 자고 있을까 하면서요. 밥을 먹다가도 그 사람이 좋아하던 반찬이 나오면 수저가 멈췄고, 자다 깨서 습관처럼 그 사람 카톡 프로필을 확인하고는 다시 눕기를 반복했어요. 이 미련을 어째야 하나 싶어 재회 상담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두 분은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라 그 공백을 버틸 방법을 못 찾아 놓친 거라, 그 방법만 생기면 다시 이어질 관계'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사람이 방학을 맞아 잠깐 들어오는 시기에 자연스러운 접점이 생긴다고 하셨어요. 헤어지면 마음도 같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몸에 밴 습관은 마음보다 훨씬 더 오래 남더라고요. 자다 깨서 그 사람 프로필을 확인하고, 밥 먹다 그 사람이 좋아하던 반찬에 수저가 멎고요. 그게 미련인지 그냥 관성인지도 헷갈렸어요. 선생님이 우리는 마음이 식은 게 아니라 거리를 버틸 방법을 못 찾아 놓친 거라고 하시니까, 그 습관들이 부끄러운 미련이 아니라 아직 안 끝난 마음이었다는 게 인정이 됐어요. 정말로 지난달에 그 사람이 잠깐 귀국하면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시기가 딱 맞아서 놀랐어요. 혼자 시차만 세던 밤들이 무색하게, 지금은 다시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에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지만, 밥 먹다 멈추던 수저가 요즘은 덜 멈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