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솔직히 부모님 등쌀에 떠밀려 신청한 거였어요. 마흔둘에 결혼 얘기가 오가니까 엄마가 궁합은 보고 정하라고 성화셔서요. 저는 이런 거 반신반의하는 쪽이라 반쯤 숙제하는 기분이었어요 ㅋㅋ 엄마 성화만 아니었으면 평생 신청할 일 없었을 거예요. 프리랜서로 마케팅을 하다 보니 데이터 없는 얘기는 잘 안 믿거든요. 캠페인 하나를 돌려도 숫자로 근거가 나와야 움직이는 사람이라, 사주라는 게 애초에 제 세계관엔 없었어요. 근데 열대야에 잠도 안 오길래 누워서 리포트를 열었는데, 이게 결혼해도 되는 사람이 맞나 하는 두려움이 그날따라 커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훅 빠져들었어요. 이 나이에 잘못 고르면 되돌릴 시간이 없다는 게, 밤이 되면 유난히 무겁게 얹혔거든요. 선생님이 '두 분은 서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닮아 잘 통하는데, 바로 그 닮음 때문에 한 번 부딪치면 둘 다 안 물러서는 게 위험 요소'라고 하셨어요. 저희가 연애하면서 딱 그걸로 크게 싸운 적이 있어서 뜨끔했어요 ㅋㅋ 서로 지기 싫어서 사흘을 말 안 한 적도 있거든요. 좋은 말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조심할 지점을 콕 짚어주니까 오히려 믿음이 갔어요. 이 나이에 또 잘못 고르면 어쩌나 하는 게 사실 제일 무서웠는데, 부딪칠 자리를 미리 아니까 그 두려움이 한결 옅어졌어요. 안 싸우는 사이가 좋은 게 아니라, 싸울 지점을 알고 만나는 게 안전한 거더라고요. 다음에 또 그 문제로 부딪치더라도, 이건 우리가 갈라설 신호가 아니라 원래 닮아서 그런 거라고 서로 다독일 수 있겠더라고요. 겁이 대비로 바뀌니, 이 결혼이 조금은 든든해졌어요. 숙제하듯 신청했다가 결혼 결심에 진짜 도움을 받은 셈이에요. 다만 이 좋은 내용을 PDF로만 봐야 하니, 부모님께 보여드리려고 화면을 이리저리 넘기는 게 좀 불편했어요. 앱에서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4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