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여섯 살이나 많은 사람이라, 이 사람이 보내는 신호를 도무지 못 읽겠더라고요. 밥을 자주 사주고 이것저것 챙겨주긴 하는데, 이게 호감인지 그냥 어른의 여유인지 헷갈려서 혼자 몇 번을 곱씹었어요. 스물여덟이나 됐는데 연상 앞에서는 자꾸 작아지는 저를 보면서, 결국 썸 상담을 받았어요. 사실 저는 속으로 그 사람을 조금 원망하고 있었어요. 마음이 있으면 좀 티를 내주지, 왜 사람을 이렇게 헷갈리게 하나 싶어서요. 밥 사주고 챙겨주면서 정작 좋아한단 말은 안 하니까, 저 혼자 김칫국 마시는 건가 싶어 자존심도 상했고요. 선생님이 '이 사람은 마음이 있으면 말보다 챙김으로 먼저 드러내는 쪽이라, 지금 그 챙김들이 빈말이 아니다'라고 하셨어요. 제가 어른의 예의라고만 여겼던 행동들이, 사실은 그 사람 나름의 조용한 고백이었던 거예요. 그 사람은 말 대신 행동으로 이미 다 말하고 있었는데, 저는 자꾸 말로 된 확답만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원망이 머쓱해졌어요. 그 사람은 이미 자기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는데, 제가 그 언어를 못 읽고 서운해했던 거니까요. 돌이켜보면 연상이라 어렵다고 지레 움츠러든 건 저였고, 그 사람은 한 번도 저를 어리게 대하지 않았어요. 제가 저 혼자 여섯 살이라는 거리를 만들어놓고 그 앞에서 작아지고 있었던 거예요. 신호를 못 읽어 답답하던 마음이, 읽는 법을 알고 나니 한결 놓였어요. 이제는 그 챙김을 부담 없이, 저도 웃으며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