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사주로 국제연애가 될지 안 될지를 정말 알 수 있을까요? 신청하면서도 저는 그게 제일 미심쩍었어요. 서른이고 공무원이에요. 성격상 뭐든 근거가 있어야 움직이는 사람이라, 상대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데 이 관계를 계속 밀고 가도 되는지 도무지 판단이 안 서더라고요. 시차 때문에 통화 한 번 하려면 서로 잠을 잘라내야 하고, 이걸 몇 년을 더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새벽에 알람 맞춰 일어나 목소리 몇 마디 듣고, 다시 눈 붙이러 누우면 이불이 유난히 차가웠어요. 화면 속 얼굴에 손을 뻗어도 잡히는 건 액정뿐이라, 통화가 끝나면 방이 더 텅 비어 보였어요. 궁합 상담을 신청하면서도 반쯤은 확인용이었어요. 안 된다고 하면 정리할 명분으로 삼으려고요. 솔직히 그 무렵엔 답장이 몇 시간 늦으면 저 사람은 나만큼 안 애타나 싶어서 혼자 서운해하고 원망도 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두 분은 떨어져 있는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각자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는 힘이 다른 게 진짜 변수'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폼에 거리 얘기만 잔뜩 써놨는데, 정작 핵심은 거기가 아니라고 짚어주신 거죠. 뜨끔했어요. 저는 혼자를 못 견뎌서 자꾸 확인 연락을 하고, 그 사람은 혼자에 익숙해서 무덤덤한 편이거든요. 그 말을 듣고 나니 그 사람 무덤덤함이 저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원래 혼자를 견디는 힘이 센 사람이라 그런 거였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저는 그 사람이 무심한 답장을 보낼 때마다 마음이 식은 증거라고 혼자 도장을 찍어왔거든요. 그게 아니라 그냥 견디는 방식이 나랑 다른 거였다니, 여태 쌓아온 서운함이 좀 허무하기까지 했어요. 미워하던 마음이 머쓱해졌어요. 제 조급함을 그 사람 탓으로 돌리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고 몇 주 뒤에 진짜 그 지점에서 한번 크게 부딪혔어요. 거리 때문이 아니라, 각자 외로움을 감당하는 방식이 달라서요. 예전 같았으면 왜 나만큼 안 힘들어하냐고 몰아세웠을 텐데, 이번엔 잠깐 멈추고 각자 시간을 뒀어요. 미리 들어둔 게 있어서 그때 덜 당황했고, 서운함을 그 사람 탓으로 돌리지 않고 이건 우리 속도 차이구나 하고 넘길 수 있었어요. 아쉬운 건 리포트를 다시 보려는데 재열람 링크를 어디서 찾는지 한참 헤맸어요. 급한 마음에 메일함을 몇 번이나 뒤졌거든요. 그 동선만 좀 편해지면 좋겠어요. 내용은 4점 이상이에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