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어디에 쓸 줄은 몰랐어요. 41살이고 약국 운영하면서 남편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어요. 결혼 13년 차인데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정리하고 있어요. 이혼 자체는 제가 결정한 건데 앞으로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면 막막해요. 아이 둘을 제가 키우기로 했고 약국도 운영해야 하고, 주변에서는 이혼 사실을 아직 잘 모르는 상태라 혼자 감당하는 게 벅찼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당장은 아니지만 제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알고 싶어서 프리미엄 상담을 받았어요. 결과지가 100페이지 넘게 왔어요. 제 사주 전체 분석부터 시작해서 이전 결혼에서 반복된 패턴, 제가 관계에서 취하는 포지션, 앞으로의 감정 흐름까지 섹션별로 나뉘어 있었어요. 제 사주에서 '타인의 필요를 먼저 채워주는 구조'라고 하셨어요. 약사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항상 누군가를 돌보는 역할을 해왔다고요. 근데 그 돌봄이 저한테로 돌아오지 않는 관계에서는 에너지가 고갈된다는 분석이었어요. 결혼 생활이 정확히 그랬어요. 남편은 받기만 했어요. 제가 지쳐가는 걸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어요. 약국 매출이 떨어져서 제가 야근을 하면서까지 버텨도 남편은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물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이혼은 도망이 아니에요. 더 이상 소진되지 않겠다는 건강한 결정이에요.'라는 문장을 읽고 한참 울었어요. 주변에서 '좀 더 참지 그랬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나쁜 사람 같았거든요. 아이들한테도 미안하고요. 근데 선생님이 이게 건강한 결정이라고 해주시니까 처음으로 제 자신이 괜찮게 느껴졌어요. 결과지 중반부에서 앞으로의 감정 흐름을 분석해주셨어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자기 회복의 시간이 필요한 구간이고 이 시기에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건 권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대신 '스스로를 돌보는 경험'을 먼저 쌓으라고요. 남을 돌보는 건 익숙한데 자기를 돌보는 건 해본 적이 없는 구조라서 이 시기에 그걸 배우면 다음 관계가 완전히 달라진다고요. 아이들과의 관계도 짚어주셨어요. '이혼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건 이혼 자체가 아니라 부모의 감정 상태'라고 하셨어요. 제가 안정되면 아이들도 안정된다고요. 그래서 제가 먼저 괜찮아져야 한다는 거예요. 아이들한테 미안한 마음만 있었는데 제가 먼저 괜찮아지는 게 아이들을 위한 거라는 관점이 새로웠어요. 결과지를 며칠에 걸쳐 읽었어요. 읽을수록 제가 보였어요. 13년 동안 저는 계속 누군가를 위해서만 살았구나. 이제 처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이 온 거구나. 그 인식이 무섭기도 하면서 설레기도 했어요. 지금은 이혼 절차 마무리하면서 주말마다 아이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화요일 저녁에는 요가를 시작했어요. 결과지에서 '몸으로 하는 활동이 감정 회복에 도움이 되는 구조'라고 했거든요. 요가하면서 처음으로 제 몸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상하게 그날 밤에 잠이 잘 오더라고요. 13년 만에 제일 깊이 잤어요. 이 상담이 아니었다면 이혼 후에도 계속 자책하면서 살았을 것 같아요. 결과지가 제 인생의 새로운 단락을 여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어요. 15만 원이 전혀 아깝지 않아요. 이혼을 앞두고 있거나 이혼 후 감정 정리가 안 되는 분들한테 진심으로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