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11월.' 리포트에서 딱 이 두 글자가 적힌 문장만 스무 번은 다시 읽었어요 ㅋㅋ. 도대체 11월에 뭐가 있다는 건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 한 줄이 자꾸 눈에 밟혀서 결국 추가질문을 신청했어요. 1만원이면 그냥 안 물어보고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자려고 누우면 그 숫자가 천장에 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선생님이 '그 시기는 상대가 움직이는 때라기보다, 본인 마음이 정리되면서 연락을 할지 말지를 스스로 정하게 되는 때'라고 답을 주셨어요. 저는 당연히 상대 얘긴 줄 알았거든요. 근데 제 얘기였던 거예요. 그 문장을 읽고 한동안 손이 멈췄어요. 맞아, 나는 그 사람이 언제 올까만 세고 있었지 정작 내가 뭘 하고 싶은지는 한 번도 안 물어봤구나 싶어서요. 사실 밤마다 카톡 목록만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그 사람 마지막 접속 시간이나 확인하던 게 저였어요. 오늘은 몇 시에 접속했나, 프사는 언제 바꿨나, 그게 무슨 대단한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혼자 해석하고 앉아 있었어요. 그러고 나면 손끝이 다 식어 있었어요. 답을 자꾸 그 사람 화면에서 찾을수록 저는 더 못 잤던 거예요. 정작 물어봐야 할 사람은 저 자신인데, 저는 늘 그 사람 쪽만 쳐다보고 있었더라고요. 미웠던 마음도 있었어요. 왜 먼저 연락 안 하나, 왜 나만 이러고 있나 싶어서요. 근데 그 미움이 사실은 원망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 하루 어디에도 없다는 걸 못 견뎌서였다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미운 게 아니라, 잊히는 게 무서웠던 거예요. 그 한 줄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졌어요. 추가질문 하나에 마음이 이렇게 가벼워질 줄은 몰랐네요. 1만원 아깝다고 안 물어봤으면, 저는 아직도 그 접속 시간이나 세고 있었을 거예요. 이제 11월은 그 사람이 언제 오나 세는 달이 아니라, 제 차례가 오는 달로 기다리고 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