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상대에게서 먼저 연락이 온 날, 저는 한참을 휴대폰만 들여다봤어요. 리포트에서 이맘때 상대가 움직일 거라고 했던 그 시기가 거의 맞아떨어졌거든요. 반가우면서도 막상 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다음이 궁금해 추가질문을 신청했어요. 몇 달을 기다린 연락인데 정작 오니까 손이 얼어붙는 게, 저도 제가 우스웠어요. 사실 저는 헤어지고 내내 저를 탓했어요. 그때 내가 그 말만 안 했어도, 조금만 더 참았어도 하는 생각이 밤마다 저를 붙들었거든요. 이별의 원인을 통째로 제 실수 하나에 몰아넣고, 그 장면을 몇 달째 돌려보며 저를 벌주고 있었어요. 그래서 상대가 연락을 준 순간에도, 기쁨보다 먼저 든 게 이번엔 또 무슨 실수를 하면 어쩌지 하는 겁이었어요. 겨우 열린 문을 제 손으로 또 닫을까 봐 손이 굳더라고요. 선생님이 '지금은 반응의 속도보다 온도가 중요한 때라, 너무 빨리 답하기보다 하루쯤 두고 진심이 담긴 짧은 문장으로 답하라'고 하셨어요. 리포트의 예측이 실제로 맞은 뒤라 이 조언이 더 미덥게 들렸어요. 말한 시기에 정말로 연락이 온 걸 두 눈으로 본 뒤라, 이번 말도 흘려듣지 않고 그대로 따랐어요. 예전 같으면 연락 오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바로 길게 답장을 보내고, 보내자마자 후회했을 거예요. 그 조급함이 그동안 저를 여러 번 넘어뜨렸거든요. 혼자였으면 분명 이번에도 그르쳤을 텐데, 하루를 두라는 그 한마디가 제 손을 붙잡아줬어요. 다만 솔직히 말하면, 추가질문 요금이 저한테는 살짝 부담이었어요. 처음 리포트에 이 정도 안내까지 담겨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 있었고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그 조언 덕에 답장 한 통을 망치지 않았으니, 값어치는 분명히 했다고 생각해요. 자책만 하던 사람이 이번엔 실수 안 했다는 것, 그거 하나가 저한텐 컸어요. 그래서 별 네 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