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우리 다시 해보자.' 그 한마디를 듣기까지 반년이 걸렸어요. 재회 리포트 덕을 봤던 터라, 막상 다시 만나고 나선 이걸 어떻게 지켜야 하나 겁이 나서 추가질문을 넣었어요. 남자가 이런 걸로 유난인가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재회에 성공한 사람들이 왜 또 같은 이유로 헤어지는지, 저는 그게 무서웠거든요. 힘들게 되돌린 자리를 제 손으로 다시 그르칠까 봐요. 반년을 기다려 겨우 잡은 손인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이번엔 정말 끝일 것 같았어요. 선생님이 그 마음을 먼저 짚으시더니, 저희는 헤어졌던 원인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덮인 것뿐이라, 예전에 그녀가 서운해하던 저의 무심함이 재발하기 쉬운 초겨울을 특히 조심하라고 하셨어요. 공연 시즌이 겹쳐 정신없어질 때 제가 또 연락이 뜸해질 거라고요. 듣고 보니 그때가 딱 예전에 틀어졌던 시기였어요. 다시 만난 뒤로 저는 사실 마냥 좋기만 한 게 아니었어요. 좋으면서도, 언제 또 어긋날지 몰라 매 순간 눈치를 보는 제가 있었거든요. 그 불안을 어디 털어놓을 데도 없었고요. 그런데 조심할 시기를 콕 집어주니, 정체 모를 불안이 관리할 수 있는 일정표로 바뀌더라고요. 짧은 답변인데도 핵심만 정확했어요. 그래서 이번엔 그 초겨울에 아무리 바빠도 하루 한 번은 안부를 챙기기로 저 자신과 약속했어요.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으려고요. 다시 잡은 손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후속 점검이 왜 필요한지 아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