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교대 근무에 출장까지 잦은 사람이랑 만나면, 이 관계에 미래라는 게 있긴 한 걸까요? 저는 그게 제일 궁금했어요. 스물여섯이고, 상대는 한 달에 절반은 지방이나 해외에 나가 있어요. 얼굴 보는 날보다 못 보는 날이 훨씬 많으니까, 좋아하면서도 이걸 계속 이어갈 자신이 없었어요. 카톡 하나 답이 늦게 오기만 해도 온갖 생각이 다 들었고, 일교차 큰 요즘 날씨처럼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오락가락했어요. 남들은 그 정도면 왜 만나냐고 하지만, 얼굴 못 보는 시간이 길수록 마음은 더 애가 탔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을 보시더니 '떨어져 있는 시간을 어떤 사람은 불안으로 채우고 어떤 사람은 신뢰로 채우는데, 두 분은 연습만 하면 얼마든지 신뢰 쪽으로 갈 수 있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제가 그 빈 시간을 자꾸 불안으로만 메우는 게 문제지, 두 사람 궁합 자체가 나쁜 건 전혀 아니라고요. 생각해보니 이 사람이 출장 가 있는 동안, 저는 그 빈 시간을 온통 지금 뭐 하나, 혹시 연락이 왜 없지 같은 걱정으로만 채우고 있었어요. 정작 그 사람은 일하느라 바쁜 것뿐인데, 저 혼자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불안해했던 거죠. 그 말에 좀 웃음이 났어요. 여태 문제가 이 사람 스케줄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작 손봐야 할 건 제 마음 쓰는 습관이었다니 ㅋㅋ 뭘 고쳐야 할지가 분명해지니까 오히려 마음이 놓였어요. 상대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 고민하던 게, 결국 저를 어떻게 다독이느냐의 문제였던 거예요. 이제는 답장이 좀 늦어도 예전처럼 최악부터 상상하지 않으려고 해요. 방향 하나 잡았을 뿐인데 한결 편해졌어요. 요란하진 않아도 조용히 만족스러운 상담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