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새벽 3시에 대본 쓰다가 또 그 사람 생각이 나서 연락할 뻔했어요. 방송국 작가로 일하는 32살인데, 작년에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꿈에 자꾸 나와요. 낮에는 괜찮은데 밤에만 되면 생각이 나고, 연락하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게 일이었어요. 재회가 가능한 건지 아니면 마음을 접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재회상담을 받아봤어요. 선생님이 전 남자친구 사주를 보시더니 '이 사람도 감정이 완전히 정리된 건 아닌 상태'라고 하셨어요. 다만 '자존심이 강한 구조여서 먼저 연락하는 걸 약한 모습으로 여기는 패턴이 있다'고요. 그래서 서로 연락을 안 하고 있는 거래요. 둘 다 자존심 때문에. 그 말 듣고 좀 웃겼어요. 둘 다 생각은 하면서 연락은 안 하고 있다니. 바보 같지만 그게 우리인 것 같아요. 제 사주에서는 '이별 이후 감정을 삭이는 시간이 길었고, 이제 서서히 감정이 정리되면서 객관적으로 관계를 볼 수 있는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요즘 꿈에 나오는 거래요. 감정이 정리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올라오는 거라고요. 재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름 이후에 자연스러운 접촉 기회가 생기는 흐름이 있다'고 하셨어요. 다만 '재회를 위한 연락이 아니라 진심으로 안부를 묻는 연락이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의도가 보이면 상대가 닫힌다고요. 결과지에서 제일 오래 남은 말은 '당신이 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닙니다. 다만 그리움과 재회 의지는 다른 감정입니다'라는 거였어요. 그리운 거랑 다시 만나야 하는 거는 다르다는 거잖아요. 그 말이 되게 아프면서도 정확했어요. 지금은 새벽에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도 조금 덜 흔들려요. 결과지 읽으면서 '이 감정이 자연스러운 거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됐거든요. 마음 정리가 된 건 아닌데, 적어도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알게 됐어요. 그것만으로도 새벽이 조금 덜 외로워졌어요. 방송 작가라서 밤에 일하는 날이 많은데, 그때마다 연락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거든요. 선생님 결과지를 폰에 저장해놓고 그럴 때마다 다시 읽어요. '그리움과 재회 의지는 다른 감정'이라는 문장이 저한테는 부적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결과지에서 제 관계 패턴에 대해서도 분석해 주셨어요. '당신은 관계에서 상대를 지지하고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 패턴이 지속되면 자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 잊게 된다'고 하셨어요. 맞아요. 전 남자친구한테 항상 맞춰주면서 제 감정은 뒤로 미뤘어요. 그 사람 기분이 좋으면 저도 좋고, 그 사람이 화나면 제가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이별의 원인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었어요. '상대 입장에서는 당신의 진짜 감정을 모르니까 관계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저는 다 맞춰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한테는 제 진심이 안 보였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 말이 아팠어요. 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어요. 아직 여름은 멀었지만, 그때가 되면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기도 해요. 재회를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간이 헛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감정이 정리되기 직전이라는 말이 맞다면, 곧 좀 더 편해지겠죠. 그때까지 결과지 붙잡고 버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