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한집에서 살다 갈라선 사이가 다시 만나는 게 될까요. 저흰 그걸 해냈어요 ㅋㅋ 그것도 이번엔 예전보다 훨씬 편한 마음으로요. 저희는 같이 살다가 헤어진 케이스예요. 연애할 땐 몰랐는데 한집에 사니까 사소한 게 다 부딪히더라고요. 설거지를 누가 하냐, 불은 왜 안 끄냐, 그런 걸로 매일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지쳐서 각자 짐을 쌌어요. 프리랜서로 마케팅 일을 하다 보니 저는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데, 그 공간에서 계속 부딪히니까 나중엔 서로 얼굴 보는 것도 피곤했어요. 헤어지고 텅 빈 집에 혼자 있으니까 그제야 그 사람이 그리웠어요. 둘이 쓰던 커피잔이 싱크대에 하나만 놓여 있는 걸 볼 때, 소파 한쪽이 늘 비어 있는 걸 볼 때요. 근데 다시 만나자고 하기엔, 또 똑같이 싸울 게 뻔한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그래서 재회 상담을 신청했어요. 재회 자체보다도, 다시 만나도 안 싸울 방법이 있는지가 더 궁금했거든요. 혼자 지내는 집이 그렇게 넓게 느껴질 줄 몰랐어요. 둘이 있을 땐 좁다고 투덜대던 방인데, 막상 혼자가 되니까 그 사람이 늘 앉던 자리, 늘 어질러놓던 자리가 유난히 눈에 밟혔어요. 다투던 소리마저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고요. 조용한 게 그렇게 견디기 힘든 거였어요. 근데 그리움만으로 다시 시작하기엔 겁이 났어요.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뻔히 아는데, 그걸 그대로 두고 다시 만나면 또 같은 데서 부딪혀 같은 상처를 주고받을 게 눈에 보였거든요. 그래서 그냥 보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연락을 못 했어요. 박도사님이 두 사람 기질을 보시고는, 저희가 안 맞아서 싸운 게 아니라 둘 다 자기 방식이 뚜렷한 사람들이라 같은 공간에서 그 방식이 정면으로 부딪힌 거라고 하셨어요. '두 분은 사랑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각자의 규칙을 조율하는 법을 못 배운 채로 살림을 합친 거예요.' 진짜 저희가 딱 그랬거든요. 제일 도움이 된 건, 그 사람이 지적을 받으면 고치려 하기보다 일단 방어부터 하는 유형이라, 문제를 말할 때 '너 왜 그래'가 아니라 '나는 이럴 때 이런 기분이야'로 바꿔서 말하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신 거예요. 저 그거 진짜 그대로 해봤어요 ㅋㅋ 그랬더니 그 사람이 방어를 안 하고 처음으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몇 번 대화가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게 됐어요. 이번엔 살림부터 합치지 말고 천천히 가자고 서로 약속했고요. 재회가 목표가 아니라 안 싸우는 게 목표였는데, 방법을 아니까 그게 되더라고요. 다시 만나고 제일 크게 달라진 건, 이제 서운한 게 생기면 쌓아두지 않고 그날 말한다는 거예요 ㅋㅋ 너 왜 그래가 아니라 나는 이럴 때 이런 기분이야, 그 한 끗 차이로 싸움이 대화가 되더라고요. 예전엔 그 사람 방어벽에 부딪혀 번번이 등을 돌렸는데, 이제는 그 벽 앞에서 목소리를 바꾸는 법을 아니까 무섭지가 않아요. 혹시 저처럼 같이 살다 부딪혀서 헤어진 분들, 사람이 안 맞는 건지 방법을 몰랐던 건지 그것부터 구분해 보셨으면 해요. 안 맞는 사람이라고 지레 포기했으면, 저는 이 편안해진 지금을 영영 몰랐을 거예요. 저흰 후자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