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저는 뭐든 계획을 세워야 하고, 남자친구는 그날 기분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에요. 카페에서 초 단위로 동선을 짜는 게 습관이 된 저랑, 여행 가서도 숙소를 안 정하고 떠나는 그 사람이 부딪히는 건 어쩌면 당연했어요. 사소한 걸로 자꾸 싸우니까, 혹시 우리가 근본부터 안 맞는 사람들인가 싶어 겁이 났어요. 이대로 가다 정든 사람을 잃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밤마다 마음 한구석을 눌렀어요. 그래서 궁합을 봤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은 어긋나는 조합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리듬을 채워주는 구조인데 그걸 갈등으로만 쓰고 있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제 계획이 그 사람한텐 안정이 되고, 그 사람의 즉흥이 저한텐 숨통이 된다는 거예요. 안 맞는 게 아니라 아직 쓰는 법을 몰랐던 거였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다 짜둔 여행에서 그 사람이 갑자기 골목으로 새자고 해서 들어간 가게가, 그날 제일 좋았던 기억이더라고요. 그때는 계획이 틀어졌다고 짜증부터 냈는데 말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서 싸움이 좀 줄었어요. 다르다는 게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 부딪힐 때마다 예전만큼 날이 안 서요. 그 사람이 즉흥적으로 나올 때도 이제는 짜증부터 내는 대신, 얘가 나한테 없는 걸 갖고 있구나 하고 한 번 더 보게 돼요. 잃을까 봐 겁내던 마음 자리에, 이제는 조용히 고마운 마음이 들어와 있어요. 안 맞는 사람인 줄 알고 밤마다 겁먹었는데, 알고 보니 서로한테 필요한 짝이었던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