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기본 재회 상담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어요. 15만원이라는 금액이 부담이기도 했고, 이미 한 번 봤는데 더 나올 게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기본 리포트에 있던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는 한 줄이 며칠을 마음에 걸렸어요. 자려고 누우면 그 문장만 천장에 떠 있었어요. 결국 프리미엄을 신청했고, 지금 와 생각하면 이걸 안 봤으면 저는 또 같은 자리를 맴돌았겠구나 싶어요. 선생님이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마음보다 먼저 도망칠 구멍부터 파두는 사람이라고, 그게 이별을 스스로 앞당겨온 구조라고 짚어주셨거든요. 그 대목에서 저는 화면을 소리 내어 한 번 읽어봤어요. 아무한테도, 정말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 제 버릇이었는데 그게 활자로 정리되어 있으니 목구멍이 뻐근해지더라고요.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기뻐하기보다 언제 끝날지부터 계산하던 저를, 그동안 아무도 몰랐는데. 상대가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저는 오히려 불안해져서 먼저 트집을 잡곤 했어요. 그렇게 세 번의 연애를 제 손으로 밀어냈다는 걸, 리포트가 순서대로 늘어놓으니 부정할 수가 없었어요. 돌아보면 저는 늘 사랑받는 일보다 사랑을 잃는 일에 먼저 대비하는 사람이었어요. 헤어질 때 덜 아프려고 미리 마음의 반을 빼두는 식으로요. 그런데 그렇게 반만 준 사랑이 온전할 리가 없잖아요. 당장 무엇이 달라진 건 아니에요. 그래도 도망칠 구멍부터 찾는 손이 움직일 때, 아 지금이 그 순간이구나 하고 알아챌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지난 연애를 밤마다 되감아 보던 사람이라면, 이 리포트가 왜 필요한지 아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