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이제 그 사람이 왜 싸울 때마다 입을 닫는지 알게 됐어요. 스물넷에 부동산 중개보조로 일하며 하루 종일 온갖 사람을 상대하는데, 정작 제 연인과는 대화가 제일 안 통했어요. 저는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이 사람은 갈등만 생기면 조개처럼 입을 닫고 잠수해 버리거든요. 그때마다 저는 버림받는 기분이었어요. 그 침묵이 길어지는 밤이면, 다정하던 평소의 그 사람이 사무치게 그리웠어요. 손 꼭 잡고 걷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벽처럼 돌아서면, 그 벽 너머의 다정함이 진짜였나 싶어 무섭기까지 했고요. 그래서 우리가 정말 안 맞는 건지, 이대로 계속 갈 수 있는 사이인지 확인하고 싶어 궁합 상담을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 사주를 보시더니, 그 사람의 침묵은 저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감정이 격해지면 말문이 막히고 일단 숨어서 정리하는 방어 구조라고 하셨어요. 몰아붙일수록 더 깊이 숨는 타입이라, 답을 재촉하기보다 생각할 시간을 주고 나중에 편지처럼 글로 대화해 보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셨고요. 그 침묵이 저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지키려는 그 사람 나름의 안간힘이라는 걸, 저는 정반대로 읽고 있었던 거예요. 집에 돌아와 그동안 우리가 부딪친 밤들을 하나씩 떠올려 봤어요. 제가 왜 대답을 안 하냐고 다그칠 때마다, 그 사람 얼굴이 화가 난 게 아니라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는 게 그제야 보였어요. 저는 그 표정을 무관심으로 읽고 더 세게 몰아붙였던 거예요. 제가 그동안 그 침묵을 애정 없음으로만 해석해서 더 몰아붙였던 거예요. 싸움의 원인이 성격 결함이 아니라 대화 방식의 엇갈림이었다는 걸 아니까, 다음 갈등이 예전만큼 무섭지 않아요. 이제는 그 사람이 입을 닫아도, 미워서가 아니라 정리 중이구나 하고 기다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