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새벽 두 시에 휴대폰 밝기를 끝까지 낮춰놓고, 그 사람의 마지막 메시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어요. 지금은 내가 나를 감당하기도 벅차. 그 한 줄이 우리 이별의 전부였어요. 더 긴 설명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어요. 서른이 되던 해에 이런 이별을 겪으니 유난히 크게 흔들렸어요. 내가 뭘 잘못했나, 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건가. 답 없는 질문만 끌어안고 몇 주를 보냈어요.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그 생각이 불쑥 올라와서 하던 걸 멈추곤 했어요. 특히 그 사람이 마지막까지 쓰던 커피잔을 아직 못 버리고 싱크대 한쪽에 두고 있었는데, 설거지할 때마다 그 잔에서 손이 멈췄어요. 버리자니 정말 끝나는 것 같고, 두자니 매일 그 앞에서 마음이 주저앉았고요. 그러다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회 상담을 신청했어요. 솔직하게 별점부터 말씀드리면 3점이에요. 좋았던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뚜렷하게 갈렸거든요. 그래서 저처럼 이 상담을 고민하는 분께는 양쪽을 다 알려드리고 싶어요. 무조건 좋았다고만 적으면 그건 제가 받은 게 아니라 제가 바라던 걸 적는 거니까요. 먼저 좋았던 건 심리 분석이었어요. 선생님이 그 사람 상태를 보시더니, 지금 관계가 싫어진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짓눌려서 곁에 있는 사람부터 먼저 놓아버린 거라고, 번아웃이 깊어지면 가장 가까운 관계가 가장 먼저 짐이 된다고 하셨어요. 이 대목은 정말 정확했어요. 제가 겪은 그 사람의 마지막 몇 달이 딱 그랬거든요. 늘 피곤해했고, 웃는 일이 줄었고, 저랑 있는 시간마저 숙제처럼 버거워 보였어요. 그때는 그게 저 때문인 줄 알고 더 잘하려고만 했는데, 사실은 그 사람이 자기 무게에 눌려 있었던 거였더라고요. 그 문단을 읽고 나서, 그 사람을 향해 세워두었던 미움이 조금은 가라앉았어요. 그런데 나머지 부분은 기대가 커서였는지 조금 일반적으로 느껴졌어요. 연락은 언제쯤 조심스럽게, 어떤 태도로 같은 큰 방향은 있었지만, 저는 좀 더 저희 둘만 아는 구체적인 장면을 짚어주기를 바랐나 봐요. 그런 문단에서는 여느 연애 조언서에서 이미 본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읽던 마음이 살짝 식었어요. 그날 밤에도 저는 여전히 잠을 설쳤어요. 다만 뒤척이는 이유가 달라졌더라고요. 버려졌다는 자책이 아니라, 그럼 이제 나는 뭘 하면 되나 하는 물음으로요. 자책의 밤과 계획의 밤은, 같은 불면인데도 무게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그래도 신청한 걸 후회하진 않아요. 적어도 이별의 원인이 제 부족함이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의 시기였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밤이 조금은 견딜 만해졌으니까요. 며칠 뒤에는 그 커피잔도 드디어 씻어서 정리했어요. 이젠 그 앞에서 손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그거 하나 버리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지만요. 다만 별점은 느낀 그대로 솔직하게 남길게요. 저처럼 이별의 이유를 알고 싶어서 이 상담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심리 분석 하나는 분명히 얻어 가실 거예요. 다만 저희 둘만의 구체적인 장면까지 기대하면 조금 아쉬울 수 있다는 것도 미리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 두 가지를 다 알고 신청하면, 저처럼 별점 앞에서 마음이 갈리는 일은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