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누나 같아서 편하다.' 이 한마디를 며칠을 곱씹었는지 몰라요 ㅋㅋ 저는 소방서에서 일하는 마흔둘이고, 상대는 저보다 여섯 살 위예요. 편하다는 게 좋다는 건지 그냥 동료로 편하다는 건지, 이 나이 먹고도 그게 안 읽혀서 혼자 답답했어요. 현장에선 몇 초 만에 판단이 서는 사람인데, 이런 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몰라요. 불길 앞에선 겁이 안 나는데 그 사람 메시지 앞에선 손이 굳어요. 야간 근무 끝나고 집에 들어와서 눈은 감기는데, 그 사람이 보낸 짧은 문장 하나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는지 ㅋㅋ 이러다 영영 동생으로만 남는 거 아닌가, 그 생각이 밤마다 목을 눌렀어요. 이 나이에 이런 걸로 설레고 재고 하는 게 스스로도 낯설었어요.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섯 살 위 사람 앞에서 무슨 말을 잘못 꺼냈다가 지금 이 편한 사이마저 어색해질까 봐 그게 제일 겁이 났거든요. 잃을까 봐 아예 다가가지도 못하는 거였어요. 선생님이 이 사람은 감정을 말로 앞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 두는 걸로 표현하는 구조라, '편하다'는 말은 이 사람 기준에서는 이미 상당히 문을 연 표현이라고 하셨어요. 대신 먼저 확 다가오는 타입은 아니니까, 제가 반 발짝만 당겨주면 흐름이 만들어진다고요. 제가 신호를 못 읽어서 없는 줄 알았던 거지, 이 사람은 이미 자기 방식대로 표현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대목을 읽는데 뭔가 얹혀 있던 게 쑥 내려갔어요. 그 반 발짝이 뭔지 구체적으로 짚어주신 게 제일 좋았어요. 고백하라는 게 아니라, 둘이 편하게 밥 먹는 자리를 제가 한 번 자연스럽게 만들어보라는 거였어요. 부담 주지 않으면서 거리를 좁히는 방법이요. 확 지르는 게 겁나는 저 같은 사람한테 딱 맞는 조언이었어요. 불 끄러 뛰어드는 건 안 무서운데 사람 마음 앞에서 이렇게 쭈뼛대는 제가 우습기도 하고요 ㅋㅋ 나이 먹어도 이런 건 똑같이 설레네요. 다음 주에 밥 먹자고 먼저 말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