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공연 끝나고 새벽에 숙소 들어와서, 시차 계산해가며 그 사람이 지금 깨어 있나 없나 앱으로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ㅋㅋ 스물아홉에 국제연애를 하니까 이런 계산이 몸에 배더라고요. 결혼 얘기가 슬슬 나오는데 저는 이게 겁이 났어요. 잠깐 만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평생을 이 거리로 버틸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래서 궁합 상담을 신청했어요. 솔직히 처음엔 '어차피 잘 맞는다고 좋게 써주겠지' 하는 마음이 반쯤 있었어요 ㅋㅋ 근데 선생님은 좋은 말부터 하는 게 아니라, 저희가 제일 위험한 지점부터 짚으셨어요. 저희 둘 다 감정 기복이 있는 편인데, 떨어져 있으면 그 기복을 실시간으로 나눌 수가 없어서 작은 오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쉬운 조합이라고요. 제가 '어, 이거 완전 우리 지난달 얘긴데' 했어요. 사소한 말 하나가 시차 때문에 하루 종일 오해로 남아 크게 싸운 적이 있었거든요. 말도 안 한 걸 정확히 짚으니까 좀 멈칫했어요. 그러면서, 저흰 안 맞는 게 아니라 떨어진 상태에서 감정을 다루는 규칙을 안 정해놔서 그런 거라고 하셨어요. '두 분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연락이 아니라, 오해가 생겼을 때 그걸 푸는 약속된 방식이에요.' 그래서 저희 그 뒤로 서운한 게 있으면 쌓아두지 말고 그날 짧게라도 짚고 넘어가기로 했거든요. 확실히 싸움이 줄었어요. 결혼은 이 규칙이 진짜 통하는지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려고요. 무작정 사랑만 믿고 지르는 게 아니라, 뭘 조심해야 오래가는지를 아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