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rchive
감정의 크기보다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만난 지 딱 3개월째 되던 날에 헤어졌어요. 소개팅으로 만나서 이제 좀 편해지나 싶던 참이었어요. 처음 두 달은 오히려 그 사람이 더 적극적이었어요. 매일 아침 인사, 퇴근하면 전화, 주말마다 데이트. 그러다 3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연락이 눈에 띄게 뜸해지더니, 아직 확신이 안 서는 것 같다는 말로 정리하자고 했어요. 그렇게 뜨겁던 사람이 한 달 만에 확신이 없어졌다는 게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됐어요. 온라인 쇼핑몰을 혼자 운영해요. 사입부터 포장, 고객 응대까지 전부 제 손으로 하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쁜데, 이상하게 그 사람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면 손이 딱 멈췄어요. 주문 확인 창을 띄워놓고 멍하니 그 사람 카톡 프로필만 들여다보고 있는 저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발견했어요. 택배 박스에 테이프를 붙이다가도 눈물이 그렁해져서, 손님한테 갈 물건에 얼룩질까 봐 고개를 젖힌 적도 있어요. 제일 힘든 건 이유를 모른다는 거였어요. 내가 뭘 잘못했나, 어디서부터 식은 건가. 밤마다 그 3개월을 처음부터 되감으면서 답을 찾으려 했어요. 카톡 대화를 위로 올려가며 언제부터 답장이 짧아졌는지 세고 있는 저를 보면서, 아 내가 좀 이상해졌구나 싶었어요. 그때 내가 조금 덜 좋아하는 티를 냈으면 달랐을까, 그런 부질없는 가정만 반복했고요. 그 시간을 혼자 견딘 게 저만은 아닐 거라는 걸, 이 글 읽는 분은 알았으면 해요. 뭐라도 붙잡고 싶어서 상담을 신청했어요. 사주 상담이라는 게 반쯤은 위로 사업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요. 근데 결과지를 읽으면서 그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선생님이 상대의 변화를 이렇게 짚으셨어요. '이 사람은 처음에 감정이 확 붙는 유형인데, 딱 3개월 무렵에 그 초반의 열이 식으면서 이게 진짜 내 감정이 맞나 하고 스스로 의심하는 시기가 오는 구조'라고요. 그러니까 저한테 마음이 떠난 게 아니라, 자기 감정의 온도가 내려가는 걸 사랑이 끝난 걸로 착각하고 도망친 거라는 거였어요. 실제로 그 사람이 초반에 유난히 뜨거웠다가 급격히 식은 걸 떠올리면 정말 딱 맞는 얘기였어요. 그 문장을 읽고 저는 한동안 폰을 껐다가 다시 켰어요. 그동안 내가 부족해서,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떠난 거라고 스스로를 몰아세운 게 억울할 만큼 아니었으니까요. 아팠던 건 헤어졌다는 사실보다, 이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며 나를 깎아내리던 그 며칠이었어요. 그게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어깨에 얹혀 있던 게 조금 내려갔어요. 택배 상자에 붙일 송장을 뽑다가 그 사람이랑 자주 시켜 먹던 가게 이름이 주소록에 떠서, 한참을 그 이름만 보고 있던 날도 있었어요. 사소한 게 자꾸 발을 걸었거든요. 그래도 제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 주기가 그랬던 거라는 걸 알고 나니까, 그제야 자책이 좀 멈췄어요. 나를 벌주던 목소리가 조용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동안은 이별의 아픔보다, 이게 다 내 탓이라는 그 목소리가 저를 더 갉아먹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선생님이 이 사람은 시간이 지나 자기 감정을 정리하고 나면 다시 그리워하는 패턴이 있다고, 다만 지금 매달리면 그 과정이 막혀버리니 거리를 두고 저부터 단단해지라고 하셨어요. 제일 도움이 된 건 지금 당장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짚어준 대목이었어요. 서운했다고 따지는 연락, 왜 변했냐고 묻는 카톡, 우연을 가장한 마주침 같은 거요. 제가 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던 것들이 전부 그 사람을 더 도망가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하셨어요. 대신 그 시간에 저를 돌보라고, 두 달만 저한테 집중하면 그 사람이 저를 다시 궁금해하는 시기가 온다고요. 막연히 기다리라가 아니라 뭘 하지 말고 뭘 하라는지가 손에 잡히니까, 밤에 그 사람 프로필을 눌러보려다가도 한 번 더 손을 멈추게 되더라고요. 혼자 사업하면서 이런 약한 소리 털어놓을 데가 없었는데, 그 몇 페이지가 그 역할을 대신해준 느낌이었어요. 그 두 달 동안 저는 처음으로 저를 위해 뭔가를 챙겼어요. 늘 손님한테 갈 물건만 포장하다가, 제 이름으로 온 택배를 뜯는 게 어색하면서도 이상하게 좋았어요. 그 사람이 돌아오든 아니든, 적어도 저는 그 시간에 저를 조금 되찾았어요. 그게 이 리포트가 저한테 준 진짜 선물이었던 것 같아요. 별점에서 하나를 뺀 건 순전히 형식 때문이에요. 결과가 PDF로 오는데, 저는 폰으로 계속 열어보게 되거든요. 두 손가락으로 확대하고 스크롤하고, 다시 찾고 싶은 문장을 찾느라 위아래로 한참 헤매는 게 은근히 불편했어요. 다시 읽고 싶은 문장이 많은 리포트일수록, 앱 같은 데서 바로 편하게 볼 수 있으면 훨씬 좋겠다 싶었어요. 내용은 별 다섯이고 형식만 아쉬웠어요. 그 사람이 돌아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저는 이제 저를 갉아먹는 걸 멈췄어요.